<나이트 인 더 우즈> : 혜화역 시위, 난민법, 포섬 스프링스의 검은 그림자 -2-


불안감이 지배하는 시대다.
이전 글에서는 남녀갈등과 예멘 난민 등 일련의 이슈들을 불안감과 연결시켜 보았다.

이전 글 링크 -> <나이트 인 더 우즈> : 혜화역 시위, 난민법, 포섬 스프링스의 검은 그림자 -1-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 불안감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그래서 이번에는, 불안감에 대해 다룬 게임을 한 편 소개해보고자 한다.


<나이트 인 더 우즈(Night in the woods)>20살의 고양이 메이 보로우스키가 고향 마을 포썸 스프링스에 돌아와 친구들과 겪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물들을 표현한 귀여운 그래픽과는 다르게 다루고 있는 내용은 현실적이고 어둡다. 말하자면 주토피아 절망편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왼쪽부터 메이, 비, 앵거스, 그렉

메이는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지만, 어떤 사정으로 인하여 자퇴하고 전화도 안 터지는 광산 마을인 고향 포썸 스프링스로 돌아온다. 메이는 그렉, 앵거스, 비와 같은 고향 친구들을 만나 옛날처럼 하릴없이 놀아보려 하지만, 뜻대로 안 된다. 그러던 중, 메이의 주변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난다.

게임은 각각의 등장 인물들과 포섬 스프링스라는 장소 곳곳에 불안감을 숨겨 놓는다.
게임의 등장 인물들은 떠난 자’, ‘돌아온 자’, ‘떠나려는 자’, ‘떠날 수 없는 자의 대립 구도를 가진다. 일단 주인공인 메이는 친구들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도시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떠난 자. 동시에, 대학에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자이기도 하다. 반면 그렉과 앵거스는 잊혀져가는 광산 마을에서 유일한 게이 커플로써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돈을 열심히 모아서 포섬 스프링스를 떠나려는 계획을 세우는, ‘떠나려는 자들이다. ‘는 아버지의 가게를 물려받아 어린 나이에 그곳을 운영해야 하는 입장인, ‘떠날 수 없는 자. 그리고 케이시, 옛날에 그들과 같이 어울렸지만 어느 순간 실종되어버린, 완전히 떠난 자.


이런 인물 대립 구도가 이들이 가진, 미래에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도시로 떠난 메이의 모습은 곧 친구들이 마을을 벗어나서 맞이할 자아실현과 밝은 미래의 상징물이었다. 그러나 그런 메이가 다시 돌아왔다. 눈에 띄는 발전도, 밝은 영광도, 변변찮은 직업조차 없는 채로. ‘돌아온 자가 된 메이는 다른 모두에게 있어 불안감의 상징이다. 또한 떠나려는 자인 그렉과 앵거스는 계속 친구들과 함께하려는 메이에게 있어서 불안감의 원인이 된다. ‘역시 영원히 이 마을을 못 벗어날 거라는 불안감의 상징이 되고, ‘케이시는 고향 바깥 세상의 위험성과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의 상징이 된다. , 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불안의 상징이 되고 있다.


메이, , 그렉, 앵거스 4명의 주요 등장인물들뿐만 아니라 게임의 주변인물들 또한 각자의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운영회는 마을에서 젊은이들이 떠나고 경제적으로 고립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으며, 메이와 친구들의 부모님, 심지어 지나가는 행인조차 무엇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표출한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은 메이가 검은 그림자를 목격하고 나서부터, 한층 더 확장된다. 또한 밤마다 연출되는 메이의 꿈 장면에서 표현되는 불안감은, 거의 그녀를 집어삼킬 정도로 거대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이렇게 게임 전반에 불안감이라는 감정이 짙게 깔려 있음에도, 게임은 플레이어를 불안감이나 우울함으로 이끌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시종일관 유쾌한 감정을 전해준다. , <나이트 인 더 우즈>는 불안감이라는 소재를 유쾌한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게임성의 측면에서나, 내러티브의 측면에서나.
먼저 게임성의 측면에서, <나이트 인 더 우즈>는 기본적으로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되는 어드벤처, 그리고 비주얼 노벨 류의 게임이다. 그래서 대화의 톤이 게임 전반적인 분위기를 결정하게 되는데
<나이트 인더 우즈>의 대사는 매우 찰지다.


성인용 우화라는 컨셉에 맞게 수위 높은 대사와 농담들, 그리고 블랙 코미디가 녹아들어가 있고, 각 대사가 인물들의 개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준다. 또한 수준 높은 한글 패치는 대사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는 데 성공했고, 인물의 대사뿐만 아니라 게임 내 이미지까지 완전 한글화를 지원하면서 우리가 포섬 스프링스를 온전히 탐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래서 이 게임은 대사량이 굉장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하면서 크게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간혹 등장하는 미니게임들 역시 게임의 유쾌함과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내러티브의 측면에서도, 인물들은 본인들이 가진 불안감을 대책 없고, 유쾌하며 당돌한 직면을 통해 해소하려 노력한다.
 메이는 친구들에게 자신이 본 검은 그림자에 대해 숨김없이 말하며, 그것의 정체에 대해 탐정 드라마 식으로 고민한다. 아마 그것은 귀신일거야! 공동묘지에 가면 알 수 있겠지!
 친구들은, 귀신의 존재를 믿건 믿지 않건, 메이와 같이 무덤을 파헤쳐준다. 메이, 귀신 같은 건 없어. 근데 공동묘지를 파헤치는 건 재밌을 거 같은데! 그리고 그들의 대책 없는 모험 속에서, 그들은 각자의 불안감에 대해 털어놓고, 서로가 가진 불안감을 공유한다.


위와 같은 유쾌함 때문에 메이와 친구들이 가진 불안감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된다. 플레이어는 인물들의 불안감에 대해 공감하고, 메이가 목격한 포섬 스프링스의 검은 그림자의 실체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며 이야기에 몰두한다.

혜화역 시위, 예멘 난민, 포섬 스프링스를 관통하는 감정은 불안감이다. 하지만 포섬 스프링스에는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혜화역과 난민 청원에는 우리가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포섬 스프링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나아가서 게임 밖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불안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혜화역, 남녀 갈등, 난민 이야기는 어떤가.


그런 이야기들은 이미 소모적이고 발전 없는 갈등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남녀갈등, 예멘 난민, 극단적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이야기들을 최대한 피하려 한다. 정작 그 안에 우리의 불안감이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의 불안감은 사회의 입장에서도, 우리 자신의 입장에서도 피하고 싶은 이야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메이와 같이, 우리는 이미 수없이 많은 검은 그림자’ 를 목격했다. 불안감이라는 이름의 검은 그림자는 우리의 삶 곳곳에서 우리를 괴롭히고, 우리 행동의 많은 부분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의 이야기가, 우리의 불안감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되려면, 먼저 우리는 그 그림자에 직면하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 우리는 서로가 목격했던 검은 그림자의 존재에 대해 확인하고, 서로의 불안감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른다. 그 이후에는 <나이트 인 더 우즈>와 같은 유쾌한 이야기 방식이 가능할지도.

서로 갈라져서 상대방의 불안감을 헐뜯는 지금과 같은 양상이 지속된다면, 사회는 계속해서 그 불안감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헬조선이 될 것이고, 우리 스스로도 검은 그림자의 정체를 영영 밝혀내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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