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 순간이 왔습니다. 모두가 고대하던 순간. 그들이 당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멋진 조작으로, 줄 4개가 없어진다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후련함을 느낄 겁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올바른 행동은, 저 블록을 힘차게 수직으로 내리꽂는 것입니다.
그 순간이 왔습니다. 모두가 고대하던 순간. 그들이 당신에게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멋진 조작으로, 줄 4개가 없어진다면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후련함을 느낄 겁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이 해야 할 단 하나의 올바른 행동은, 저 블록을 힘차게 수직으로 내리꽂는 것입니다.
히히히히히히히힣히히
오늘의 게임, <Dude, stop>입니다.
요즘 우리는 올바름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실, 올바름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평등한 세상이 좋은 세상이고, 누구와도 마음 놓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것을 알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올바름이라는 것은, 굳이 티내고 다닐 필요는 없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올바르지 않은 행동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서로를 믿을 수 없게 되다보니, 요즘은 본인이 올바른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인증’하는 것이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인증’의 방식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모조리 올바르지 못한 사람으로 판단되고는 합니다. 특히 요즘은 콘텐츠 산업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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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가 아니라 결과물이 별로인 겁니다. |
이 게임은 본인이 올바른 것을 인증하기 좋아하는 분이나, 평소 올바름에 대한 압박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셨던 분 모두에게 추천드릴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당신이 극도로 올바르게 행동해도 트로피를 주고, 극도로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해도 트로피를 주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만약 당신이 올바름이 지상의 유일한 가치이고, 우리 모두는 그것을 위해 헌신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내레이션이 시키는 대로 하세요. 사회적 기대를 완전히 충족시키는 행동들을 하시면 됩니다. 피자를 정확히 8등분하고, 우표를 정확히 붙이세요. 긴 줄에서는 질서 있게 뒤에서 기다리며, 영화관에서는 무음모드로 전환하세요. 내레이션은 당신을 입이 마르도록 칭찬할 것이고, 게임은 당신에게 화려한 트로피를 선사할 것입니다.
반대로, 당신이 평소에 올바름의 압박 때문에 말과 행동 하나하나 하고 싶은 대로 못하고, 내면에 쌓였던 공격성을 키보드 위에 풀어서 애용하던 커뮤니티 사이트에 신세한탄 하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는 분이라면, 모든 것을 망치세요. 피자 위에 파인애플을 올리고, 친구의 콘 위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올리세요. 양말 위에 샌들을 신고, 방바닥에 레고 조각을 흩뿌려 놓으세요. 내레이션은 불같이 화를 내겠지만, 어찌 됐든 트로피는 받고, 다음 레벨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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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가 뭔가 이상해 보인다면 기분탓입니다. |
내레이션이 플레이어에게 화내는 연기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겨있을 정도로 훌륭하기 때문에, 놀리는 맛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마음 놓고 아노미 상태의 세상에 광기를 흩뿌리시면 됩니다. 또한 이 게임은 당신을 멋대로 단정짓지 않습니다. 만약 내레이션이 고양이 사진을 예쁘게 찍으라고 했는데, 일부러 고양이 꼬리만 나오게 찍는다고 해서 게임은 당신을 고양이 혐오자라고 부르거나, 고양이를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올바를' 필요가 없습니다. 이 게임에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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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는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
겜덕들을 위한 유머와 숨겨진 도전과제, 퍼즐 등의 요소 또한 이 게임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이 게임은 디즈니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을 동심으로 되돌려 놓는다는 것이죠.
차이가 있다면 디즈니는 당신을 산타클로스가 있다고 믿었던 시절로 돌려놓지만, 이 게임은 그보다 훨씬 전, 그러니까 산타고 개뿔이고 그딴 건 모르겠고 그냥 미친 오랑우탄마냥 울부짖으며 거실 구석에 있는 트리에 걸린 온갖 장식과 양말들을 최대한 불규칙하게 흩뿌려놓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았던 그 시절로 당신을 되돌려줍니다. 올바름이 뭔지도 모르던 바로 그 시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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