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디게임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를 꼽자면 역시 ‘로그라이크’ 일 것입니다. 랜덤으로 생성되는 맵과 아이템, 몬스터들, 그리고 반복된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 아이템 해금 등, 로그라이크 장르는 적은 리소스를 가지고도 무수한 플레이의 변화와 적당히 도전적인 난이도, 컨텐츠의 지속성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좋은 접근법입니다.
특히 난이도 면에 있어서 로그라이크 장르는 그 랜덤성에 의해 괴악한 난이도를 자랑할 때가 많습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이게 랜덤으로 생성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플레이어를 골탕 먹이기로 작정한 몬스터나 맵 패턴이 보일 때가 많죠. 그런 패턴들에 의해 몇 십 분간 플레이한 게임이 날아가면, 절로 ‘이게 게임이냐’ 소리가 나오며 개발자 집 주소를 알아내고픈 욕망이 샘솟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한 번 입장을 바꿔보려 합니다.
<던전 워페어2(Dungeon Warfare 2)>는 그 동안의 던전 크롤러 게임과는 반대로, 쉴새 없이 던전에 쳐들어오는 모험가들을 막아내기 위해 던전 곳곳에 함정과 몬스터를 설치해 놓는 게임입니다. 레벨을 진행함에 따라서 서서히 언락되는 32개의 트랩과 트랩 별 8개의 특성, 3개의 분화된 스킬트리, 거의 무한한 갯수의 스테이지가 존재합니다. 플레이어는 이 트랩과 스킬들을 이용하여 모험가들이 포탈에 당도하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막아내면 됩니다.
말만 들으면, 그냥 평범한 디펜스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장르를 따지자면 <던전 워페어2>는 디펜스 게임이 맞습니다. 하지만 ‘포탑’과 ‘라인’에 기반한, 기존의 디펜스 게임처럼 <던전 워페어2>를 플레이했다간, 탐욕스러운 모험가들에 의해 당신의 던전은 몰락하고 말 것입니다.
기존의 디펜스 게임은 막아야 될 한 개의 라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포탑의 조합을 통해 적을 막는 게임이었습니다. 즉, 플레이어는 라인만 생각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던전 워페어 2>는 라인이 아니라, 맵 전체를 디자인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바리케이드를 쳐서 모험가들이 진격하는 라인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고, 폭발하는 광산 카트나 움직이는 돌, 절벽 등 맵에 처음부터 존재했던 요소들을 이용해 모험가들을 척살할 수도 있습니다.
푸시 트랩으로 모험가들을 물로 밀어버리고, 작살 트랩으로 그들을 구덩이로 끌어들이는가 하면, 악마들이 모여 있는 한 가운데 텔레포트 시켜서 비참한 죽음을 맞게 할 수도 있죠.
그리고 모험가들 역시 그저 길 따라 포탈을 향해 달려가는 멍청한 존재들이 아닙니다. 이들은 밧줄을 이용해서 구덩이를 건너뛰고, 폭탄으로 벽을 뚫어서 지름길로 가는가 하면, 텔레포트를 하기도 하고, 땅을 파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런 모험가들의 특성에 맞게 플레이어는 모험가들의 동선을 통제하고, 모험가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모험가들은 왠만한 트랩에 데미지도 잘 닳지 않고, 트랩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정말 핵심적인 지역에 최소한의 트랩으로 모험가들을 죽여야 하며, 그때 그때 주어지는 맵 오브젝트나 지형지물, 일회용 트랩 들도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모험가를 골탕 먹이는 맵을 만드는 것에는 엄청난 창의성과 깊은 탐구, 디자인 감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하지만 그런 능력들이 없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게임은 분명 어렵지만, 게임은 디자인 감각이 떨어지는 우리를 위한 최소한의 탈출구를 마련해 놓습니다. 바로 ‘파밍’이죠.
이 게임에는 플레이어 레벨과 스킬 시스템, 트랩 마스터리 등이 존재합니다. 플레이어 레벨이 오르면 스킬 포인트나 마스터리 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스킬 트리는 총 3개로 나뉘어서, 각 플레이어한테 맞는 플레이 스타일을 보충해줍니다. 일회용 트랩과 지형지물, 임기응변을 이용한 순발력 기반의 플레이는 ‘야성 트리’를, 다양한 트랩 조합을 통한 정석적이고 전략적 플레이는 ‘정예’ 트리를, 풍족한 자원과 충분한 파밍을 기반으로 찍어누르는 플레이는 ‘탐욕’ 트리를 통해 강화됩니다.
마스터리 포인트는 그 트랩의 위력을 증가시키고, 트랩 업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전략을 가능하게 하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게임의 핵심은 ‘아이템’과 ‘룬’입니다. 아이템은 일반, 매직, 희귀, 전설, 유니크 5개의 등급이 있고 같은 등급 아이템 9개를 조합해 상위 등급 아이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각 아이템은 스테이지 도중 랜덤으로 드롭되며, 옵션 또한 랜덤입니다. 아이템 중에는 특정 트랩의 성능을 말도 안 되게 올려주는 것도 있기 때문에, 본인이 자주 사용하는 트랩에 맞는 아이템을 파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템 중에 지도라는 것이 있는데, 이 지도는 희귀 아이템 드랍률이 높은 랜덤한 구조의 ‘이더리얼 맵’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룬은 스테이지에 귀속시켜서,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난이도를 올리는 시스템입니다. 올라간 난이도에 맞게 얻는 경험치 배수 또한 증가하죠.
이 ‘이더리얼 맵’ 과 ‘룬’ 시스템으로 인해 <던전 워페어2>는 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하지 않아도 성장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설사 같은 스테이지를 돌게 되더라도 반복의 지루함을 피하게 됩니다.
이상 적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적을 ‘골탕먹이는 것’에 중점을 둔 디펜스 게임, <던전 워페어2(Dungeon warfare2)> 였습니다. 전작부터 독특한 디펜스 게임으로 입소문을 탔었는데, 이번 작에서는 특히 파밍과 육성의 요소가 강화되어 출시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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